여야, STO 기초자산 확대 공감대…부동산·미술품·특허 토큰화 길 넓어진다
비금전 재산 신탁에도 수익증권 발행 허용 추진
15일 정무위 소위 논의…2027년 2월 STO 시행 앞두고 상품 다양화 주목
2027년 2월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부동산과 미술품, 지식재산권(IP) 등 비금전 재산을 활용한 토큰증권 발행 기반을 확대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여야에서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 등에 의존했던 조각투자 시장이 보다 안정적인 법적 틀 안에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정치권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비금전 재산을 신탁한 경우에도 수익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 의원이 추진하는 이른바 ‘신탁업 혁신 5법’ 가운데 하나다.
토큰증권은 주식이나 채권, 각종 자산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에 기록·관리하는 증권 형태다. 특히 부동산이나 미술품, 저작권 등 실물·무형자산을 신탁한 뒤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이를 토큰화하는 구조는 국내 조각투자 시장에서 중요한 사업모델로 거론돼 왔다.
비금전 신탁 제도화…규제 샌드박스 의존 낮춘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신탁업자가 금전신탁 계약에 따라 수익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이나 미술품, 지식재산권처럼 현금이 아닌 재산을 신탁한 뒤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일반적인 법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사업자들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규제 특례를 적용받거나 자산유동화법을 활용해 관련 상품을 출시해왔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는 적용 기간에 제한이 있고, 자산유동화법을 이용할 경우 자산보유자 자격 등 별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다양한 조각투자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정 규제특례에 의존하지 않고 비금전 재산을 신탁해 수익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여야 유사 법안…15일 정무위 소위 논의
관련 입법은 앞서 국민의힘에서도 추진됐다.
김상훈 의원은 2024년 11월 비금전 재산 신탁에 대한 수익증권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당시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민주당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법안이 제출되면서 여야 간 입법 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오는 15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시장 활성화 취지에 여야 이견이 크지 않아 소위 통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는 법안 심사 단계인 만큼 실제 제도 변화는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등 후속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술품·부동산 넘어 특허 로열티까지
법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토큰증권 기초자산의 확대다.
현재 조각투자 시장에서는 미술품과 부동산, 음원 저작권 등이 대표적인 기초자산으로 활용돼 왔다.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의 법적 기반이 명확해지면 특허에서 발생하는 로열티 등 지식재산권도 새로운 상품 후보로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규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규제 샌드박스나 자산유동화법상 자산보유자 요건 등에 얽매이지 않고 비금전 신탁을 보다 일반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신탁수익증권 방식의 토큰증권 활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토큰증권 정책과의 연계 가능성도 주목된다. 2027년 2월 제도 시행 이후에는 조각투자증권뿐 아니라 비상장주식, 사모사채, 사모 머니마켓펀드(MMF) 등 기존 금융상품의 토큰화도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STO 시장은 미술품이나 부동산을 소액으로 나누는 기존 조각투자 영역에서 다양한 실물·무형자산과 전통 금융상품을 디지털 증권으로 연결하는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초자산 범위가 넓어질수록 객관적인 가치평가와 환금성, 수익구조 공개, 이해상충 관리 등 투자자 보호 장치의 중요성도 커진다. 결국 2027년 STO 시장의 성패는 토큰화 가능한 자산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보다 투자 가치가 있는 자산을 선별하고 이를 투명하게 발행·유통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