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커질수록 달러 영향력도 확대…3056억달러 시장 99%가 ‘달러 연동’
USDT·USDC 점유율 85%…현금·미 국채 기반 준비자산 구조가 달러 수요로 연결
미국 GENIUS Act로 제도권 편입…CLARITY Act 표결 무산 속 ‘스테이블코인 달러화’ 주목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기존 달러 중심 국제금융 질서를 약화하기보다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대부분이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고, 주요 발행사가 준비자산으로 미 국채를 대규모 보유하면서 디지털자산 시장의 성장 자체가 달러와 미국 금융자산 수요를 확대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박성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이 발표한 ‘블록체인과 디지털 금융질서의 재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3056억달러 규모이며 달러 연동 자산의 비중은 약 99%에 달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와 일정한 교환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 가격 변동성이 낮아 가상자산 거래의 기준통화와 결제수단으로 활용된다.
변동성 높은 비트코인 대신 ‘온체인 달러’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이후 연율화 변동성은 비트코인이 44.4%, 이더리움이 71.9%인 반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T는 1.9% 수준이다.
이 같은 변동성 차이가 블록체인상 거래의 기준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T와 USDC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85%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연구에서도 법정화폐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한 누적 순유입액 가운데 70% 이상이 비달러 통화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BIS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신흥국 등을 중심으로 달러에 접근하는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스테이블코인 달러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늘면 미 국채 수요도 증가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하는 규제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2025년 7월 제정된 GENIUS Act는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발행액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유지하도록 하고, 달러와 단기 미 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준비자산으로 활용하도록 규정했다. 미국 정부도 이 같은 구조가 미 국채 수요와 달러의 국제적 역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발행사의 수익구조도 이와 연결된다. 서클은 올해 2분기 총매출 및 준비자산 수익 7억100만달러 가운데 6억6800만달러를 준비자산 운용에서 거뒀다. 테더 역시 같은 기간 약 15억달러의 순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미 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 등 단기 유동자산을 주요 준비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증가할수록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달러와 단기 국채 수요가 함께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CLARITY Act 제동…달러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GENIUS 중심
다만 미국의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규율을 위한 입법은 제동이 걸렸다. 미 상원은 지난 15일 CLARITY Act 관련 절차표결에서 49대50으로 토론 종결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법안을 둘러싸고 스테이블코인 수익 지급과 공직자 이해상충 관련 조항 등이 쟁점으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 전체를 포괄하는 규제체계의 입법 일정은 불확실성이 커진 반면, 이미 법제화된 GENIUS Act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규율의 핵심 축으로 남게 됐다.
신한투자증권 보고서는 이 같은 환경에서 달러 중심의 온체인 금융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분석했다. 특히 자국 통화가 불안정한 국가에서는 은행의 달러계좌 없이 디지털지갑을 통해 달러 가치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핵심 변수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실제 결제와 기업 자금관리, AI 에이전트 결제 등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산하느냐다. 동시에 유럽의 디지털 유로와 각국 CBDC, 자국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중심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글로벌 디지털 금융질서를 좌우할 주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