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원장 이동 금지’ 손질론…업계 “상호운용성 막아선 안 돼”
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정무위에 STO 제도 개선 의견서 제출
퍼블릭체인·비금융사 진입 규제 재검토 요구…1~2년 뒤 규제 재평가 제안
2027년 2월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블록체인 업계가 서로 다른 분산원장 간 토큰증권 이동을 제한하는 현행 설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국회에 건의했다. 금융위원회가 장기적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원장 간 상호운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초기 규제가 향후 시장 확장을 막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토큰증권 제도화의 기술중립성·상호운용성 및 등록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입법·정책 의견서’를 제출했다.
핵심 쟁점은 한국예탁결제원이 마련한 ‘토큰증권 분산원장 표준요건 가이드라인’의 원장 간 이전 제한이다. 현재는 동일 토큰증권을 하나의 분산원장에서 발행·관리하도록 하고 발행 이후 다른 원장으로 옮기는 것을 제한하는 방향이다.
협회는 동일 증권의 중복 발행을 막아야 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를 이유로 원장 간 이동 자체를 막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발행량과 권리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공인된 관리체계를 갖춘다면 허가된 범위 내에서 서로 다른 원장 사이의 이전을 허용하는 ‘통제된 상호운용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3단계 로드맵과 정합성 쟁점
금융위는 지난 4일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에서 제도화를 3단계로 추진하는 정책방향을 공개했다. 초기에는 조각투자 등 비정형증권을 중심으로 시장을 안착시키고, 이후 주식·채권·펀드 등 정형증권으로 범위를 넓힌 뒤 최종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온체인 결제와 원장 간 상호운용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협회는 초기의 원장 이전 제한이 장기간 유지될 경우 최종 단계의 상호운용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 제한도 개선 대상으로 제시했다. 현 가이드라인은 분산원장 관리 참여자를 전자등록기관과 계좌관리기관 등 일정 금융회사 중심으로 제한하고, 전자등록 과정에서 수수료나 시뇨리지를 목적으로 한 가상자산 생성·거래도 제한하고 있다.
협회는 이 두 조건이 결합되면 네트워크 사용료를 가상자산으로 지불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STO 인프라로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멘스·블랙록 사례 제시…“퍼블릭체인도 통제 가능”
해외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독일 지멘스는 2023년 퍼블릭 블록체인 폴리곤을 활용해 6000만유로 규모 디지털 채권을 발행했고, 블랙록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BUIDL’은 복수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유통 범위를 확대해왔다.
협회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하더라도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투자자 적격성 확인, 명의개서 등 핵심 권리관리 업무를 규제받는 기관이 담당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가스비 역시 이용자가 직접 부담하지 않는 대납 구조나 가스비 추상화, 기관형 지갑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비금융기업의 진입요건도 쟁점으로 꼽았다. 현행 체계에서는 비금융 발행인이 자신이 발행한 토큰증권의 고객계좌를 직접 관리하려면 자기자본 40억원과 전문인력, 내부통제·전산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협회는 이 기준이 기술 전문기업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위험 수준과 업무 범위에 따라 요건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초기 규제 1~2년 뒤 다시 평가해야”
협회는 하위법규 마련 과정에서 기술중립적·위험기반 심사, 상호운용성 허용과 개방형 API 설계, 진입요건의 비례적 재설계, 일몰·정기 재검토 장치, 민관 합동 상호운용성 샌드박스 도입 등을 요청했다.
특히 제도 초기 안정성을 위해 도입한 제한 규정은 1~2년 뒤 필요성과 비례성을 다시 평가하도록 명문화할 것을 제안했다. 중기적으로는 분산원장 기반 등록부와 관리기관의 법적 지위를 전자증권법에 별도로 규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말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하위법규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초기 시장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원장 간 상호운용과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을 어느 수준까지 열어둘지다. 특히 금융위의 3단계 STO 로드맵과 초기 규제가 충돌하지 않도록 하위법규에서 어떤 연결 장치를 마련할지가 한국형 토큰증권 시장의 확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