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시장 367조원 성장 전망에도 규제 논란…“STO 투자한도·진입장벽 완화해야”
2027년 2월 제도 시행 앞두고 허용 자산 범위·연간 순매수 1억원 제한 쟁점
발행인 자기자본 40억원·전문인력 4명 요건에 스타트업 부담 우려…공시·내부통제 중심 규제 개선 제안
국내 토큰증권(STO) 시장이 2027년 2월 제도 시행을 앞둔 가운데 금융당국의 단계적 시장 개방 방식과 투자자 보호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토큰증권을 다양한 금융자산에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지만, 초기 허용 상품과 개인투자자 투자한도, 사업자 진입 요건이 시장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월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예슬 자유기업원 연구원은 SWTV 기고문을 통해 토큰증권 관련 하위규정이 새로운 금융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TO 시장 최대 367조원 전망…규제에 따라 성장 규모 차이
국회는 지난 1월 15일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관련 법률은 2027년 2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기초로 한 조각투자뿐 아니라 기존 금융상품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토큰증권 시장의 성장 전망은 제도 설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이 2023년 제시한 전망에서는 실물연계자산(RWA)을 포함한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2030년 최대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국회입법조사처도 해당 전망을 소개한 바 있다.
반면 현행 제도와 규제 환경을 전제로 시장 규모가 2030년 30조~60조원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 연구원은 이러한 수치가 확정적인 시장 규모가 아니라 제도와 시장 환경에 따른 전망치라는 점에서 규제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융위, 사모 MMF·사채부터 허용…상장주식·공모채는 후순위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 방향에서 단계적 시장 확대 방침을 제시했다.
2027년 2월 시행되는 1단계에서는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 사모사채, 신탁방식 비상장주식, 공모 조각투자증권 등을 우선 토큰화 대상으로 삼는다.
상장주식과 공모채권은 초기 허용 범위에서 제외되며, 이후 확대 단계의 구체적인 시행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손 연구원은 토큰증권이 특정 상품이 아닌 증권의 발행 형식이라는 점에서 허용 자산을 제한적으로 지정하는 정책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상 금지되거나 투자자 보호에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발행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일반투자자 연간 순매수 1억원 제한…획일적 규제 지적
개인투자자의 투자한도도 쟁점이다.
금융위가 10월 입법예고한 규정안에는 일반투자자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별 연간 순매수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투자자에게는 해당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손 연구원은 투자 경험과 보유자산이 서로 다른 일반투자자에게 일률적인 금액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투자 경험과 자산 규모에 따른 차등 한도, 제도 시행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제한을 완화하는 방식 등을 제시했다.
반면 투자한도는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가격평가가 어려운 상품에서 일반투자자의 과도한 위험 노출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발행인 자기자본 40억원 요건…핀테크 진입 부담 우려
사업자 진입 규제에 대한 개선 요구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토큰증권만을 위한 별도 금융투자업 인가체계를 신설하기보다 기존 인가체계를 활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발행과 유통 업무를 분리하고, 비금융 발행인이 직접 증권계좌를 관리하려면 발행인계좌관리기관에 요구되는 요건을 충족하도록 했다.
제시된 요건에는 자기자본 40억원과 전문인력 4명 이상 확보 등이 포함된다.
손 연구원은 이러한 기준이 자본력이 크지 않은 초기 핀테크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기자본과 전문인력 요건은 투자자 권리 기록과 증권계좌 관리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인 만큼 완화 여부는 내부통제 수준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발행·유통 분리 완화 검토”…사업 역량·내부통제 중심 규제 제안
손 연구원은 사업자의 자본금 규모뿐 아니라 실제 사업 수행 역량과 내부통제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진입 요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시와 내부통제 체계를 충분히 갖춘 사업자에게는 제한적으로 발행·유통 겸영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방식 대신 이해상충을 관리하고 위반행위에 책임을 묻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발행과 유통을 동일 사업자가 수행하면 가격 형성과 거래 중개 과정에서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통제장치가 전제돼야 한다.
부동산 STO 공시 강화…감정평가·공실률·임대수익 공개 강조
투자자 보호체계에 대해서는 투자한도와 사업자 진입 제한뿐 아니라 충분한 정보공개와 사후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손 연구원은 부동산 토큰증권을 사례로 들며 감정평가 내역과 공실률, 임대수익률, 담보 및 권리관계 등을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자산의 수익성과 위험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허위공시와 불공정거래에는 엄격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토큰증권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투자위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STO 제도 시행 앞두고 하위규정 조정 주목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법률 제정 단계를 넘어 실제 발행·유통 체계를 구체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시스템 안정성을 고려해 허용 상품과 사업자 요건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침을 제시한 상태다.
반면 손 연구원은 초기부터 다양한 증권의 발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자자별 위험 감내 능력과 사업자의 내부통제 수준을 반영하는 규제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주요 쟁점은 상장주식과 공모채권의 토큰화 허용 일정, 일반투자자 순매수 한도의 적정성, 발행인계좌관리기관의 진입 요건과 발행·유통 겸영 범위다.
특히 금융당국이 입법예고 의견 수렴 과정에서 시장 참여 기회 확대와 투자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토큰증권 시장의 초기 성장 환경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