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구글·IBM 등 미국 26개 기업, 주식 토큰화 거래 반대…STO 시장 확대에 제동
SEC, 조건부 토큰화 주식 거래 허용했지만 발행사 이의제기 잇따라…OKXICE 63개 종목 거래 추진 차질
국내도 2027년 2월 STO 제도 시행 예정…발행기업 동의·배당·의결권 등 투자자 권리 보호 쟁점
미국 주요 상장기업 26곳이 자사 주식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전환해 거래하는 방식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주식 토큰화 거래를 허용했지만, 발행기업들이 이의제기권을 행사하면서 거래 대상 종목 확보에 제약이 발생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토큰증권(STO) 제도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발행사 권리와 투자자 보호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10월 2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 운영사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와 가상자산거래소 OKX의 합작법인 OKXICE가 지난 26일 공개한 공고에 26개 기업의 주식 토큰화 거래 반대 명단이 포함됐다.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골드만삭스 등 26개 기업 반대
반대 기업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브로드컴, 퀄컴,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이 포함됐다.
IBM과 오라클, 인텔,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참여 기업은 기술기업뿐 아니라 금융과 통신, 제약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있다.
OKXICE는 미국 상장주식 63개 종목을 대상으로 토큰화 거래를 추진해 왔다.
주식 토큰화는 실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하면서 해당 주식에 대한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OKXICE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고, 블록체인에서 거래와 결제를 처리해 기존 증권시장의 거래시간 제약을 줄이는 구조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발행기업들의 반대로 일부 종목의 거래 추진에 차질이 발생했다.
SEC, 30일 이의제기권 부여…발행사 반대하면 거래 제한
SEC는 지난 9월 17일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제도를 도입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플랫폼에 기존 증권거래소 등록 의무의 일부를 면제해 토큰화 주식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다만 제3자가 발행기업과 별도로 주식을 토큰화하려면 해당 기업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발행기업에는 30일 동안 이의를 제기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 기간에 반대 의사가 접수되면 해당 플랫폼에서는 제3자가 토큰화한 관련 주식을 거래할 수 없다.
이는 모든 주식 토큰화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가 아니라 특정 플랫폼에서 진행되는 거래에 대한 제한이다.
발행사 “주가·유동성 영향 불확실”…투자자 오인 우려도 제기
반대 기업 대부분은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광통신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옵토일렉트로닉스는 자사 주식의 토큰화가 주가와 유동성, 변동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기업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토큰화 상품을 투자자가 발행기업의 공식 상품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했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는 지난 19일 SEC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현행 이의제기 방식보다 발행사의 명시적인 사전 동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의제기 기간을 연장하고 거래 플랫폼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통합 거부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배당·의결권 보호도 쟁점…기존 주식과 권리 동일해야
토큰화 주식 보유자의 권리 보호 역시 제도적 과제로 제기됐다.
SEC는 토큰화 주식 투자자에게 기존 주주와 동등한 배당권과 의결권 등을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주주명부 관리와 의결권 행사 절차, 기업 합병이나 주식분할 발생 시 처리 방식 등에서는 추가적인 제도 정비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케네스 벤슨 SIFM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토큰화가 금융시장 현대화에 기여할 잠재력이 있지만 제도적 기반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발행기업과 투자자, 중개기관 모두 제도의 운영 방식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도 STO 기초자산 확대…미국과 제도적 차이
국내 금융위원회도 지난 9월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방향에서 조각투자를 넘어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증권으로 토큰화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7년 2월에는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와 사채, 신탁 방식의 비상장주식 등을 중심으로 1단계 토큰화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는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율에 따라 발행·유통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한시적인 거래소 규제 면제 방식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미국의 발행사 이의제기 절차가 국내 STO 시장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 주식을 제3자가 토큰화하는 거래가 확대될 경우 발행기업의 동의와 권한, 실제 주식과 토큰의 법적 관계, 배당 및 의결권 행사 방식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미국 기업들의 반대 사례는 거래 기술과 규제상 허용 요건을 갖추더라도 발행기업의 이의제기에 따라 취급 종목이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토큰증권의 기초자산 확대가 추진되는 만큼 발행사와 거래 플랫폼의 권리관계, 투자자 권리 행사 기준을 어떻게 구체화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