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시장 2027년 2월 개막…채권·MMF 토큰화 확대, 글로벌 RWA 380억달러 돌파
김지원 KB증권 연구위원 “STO는 새로운 금융상품 아닌 증권의 발행 방식”…정형증권 시장 확대 주목
미국 국채 토큰화 151억달러 규모…“24시간 거래·결제 효율성 기대, MOU보다 실질 사업성과 중요”
국내 토큰증권(STO) 시장이 2027년 2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기존 조각투자 상품뿐 아니라 채권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전통 금융상품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금융권의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 시장도 38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지원 KB증권 크립토리서치팀 연구위원은 헤럴드경제 투자 전문 유튜브 채널 '투자360'에 출연해 토큰증권의 개념과 국내 제도화 방향, 글로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분석했다.
“토큰증권은 새로운 상품 아닌 발행 형식”…조각투자와 구분
김 연구위원은 토큰증권을 별도의 새로운 투자상품이 아닌 기존 증권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방식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종이 증권이 전자증권으로 전환된 것처럼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을 활용해 증권에 대한 권리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특히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와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이나 미술품 등에 대한 수익을 나누는 조각투자 상품뿐 아니라 기존 주식과 채권, 펀드도 토큰증권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같은 상장기업 주식이나 일반 펀드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관리하는 경우도 토큰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기존 증권사도 STO 사업 참여
국내에서는 토큰증권 제도화를 위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에는 블록체인 기반 증권 발행과 관련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
김 연구위원은 토큰증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업자에게 별도의 신규 금융업 라이선스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존 증권사는 보유한 인가 범위 안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으며, 기존 주식을 토큰화하는 경우 한국거래소(KRX)와 같은 전통 증권시장에서도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의 유형과 발행·유통 업무에 따라 적용되는 인가 및 규제 요건은 달라질 수 있다.
채권·MMF까지 토큰화…금융권 사업영역 확대
김 연구위원은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초기 단계부터 조각투자 등 비정형증권뿐 아니라 채권과 MMF 같은 정형증권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 방향에 따라 전통 금융상품의 토큰화가 추진되면서 기존 금융회사들의 사업 기회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채권과 펀드는 이미 발행·운용·거래시장이 형성돼 있어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를 접목할 경우 기존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실물자산을 증권화하는 조각투자 상품은 기초자산 확보와 가치평가, 투자자 보호 등 별도의 사업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개인투자자 체감 변화는 단계적…24시간 거래·토큰 결제 주목
토큰증권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개인투자자가 모든 금융상품을 즉시 24시간 거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시장의 발전 과정을 세 단계로 구분해 설명했다.
초기에는 기관투자자 중심의 채권·MMF 토큰화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 조각투자 상품이 주요 영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일반 공모증권과 국채 등의 토큰화가 확대되면 개인투자자의 투자 접근성과 거래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 토큰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단계 구분은 향후 시장 발전에 대한 전망으로, 모든 상품의 24시간 거래와 토큰 기반 결제가 법 시행과 동시에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글로벌 RWA 시장 380억달러…미국 국채 토큰화만 151억달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실물자산 토큰화가 주목받는 주요 이유는 거래와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글로벌 RWA 토큰화 시장은 38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미국 국채 토큰화 규모는 약 151억달러에 달한다.
토큰화한 미국 국채는 기관 간 거래에서 담보로 활용할 수 있고,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를 통해 결제시간과 자산 활용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금융기관이 토큰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는 운용 효율성 개선, 가상자산 시장 자금의 유입 가능성,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등이 꼽혔다.
미국 국채 발행 잔액이 약 31조달러에 달하는 반면 토큰화 비중은 약 0.05%에 불과하다는 점도 성장 여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다만 전체 국채시장에서 토큰화 비중이 높아지더라도 실제 사업자의 수익성과 시장 규모 확대 속도는 금융기관의 도입 수준 및 관련 규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블랙록 BUIDL·시큐리타이즈·피규어…글로벌 토큰화 기업 주목
글로벌 RWA 시장에서는 기존 금융자산을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대표적인 사례로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비들(BUIDL)'과 관련된 시큐리타이즈(Securitize)를 제시했다.
시큐리타이즈는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와 관련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부동산 관련 채권 토큰화 사업을 추진하는 피규어(Figure)도 주목할 만한 사례로 언급했다.
이와 함께 토큰화 주식과 금 토큰은 24시간 거래 가능성과 다른 블록체인 금융서비스에서 담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제시됐다.
다만 금 토큰은 발행사가 실제 기초자산을 적절히 보관·관리하는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MOU·실증이 곧 매출은 아니다”…STO 관련주 투자 신중해야
김 연구위원은 국내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관련 기업들의 업무협약(MOU)과 기술검증(PoC) 발표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사업성과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토큰증권 관련 협약을 체결하거나 실증사업에 참여했다고 해서 곧바로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단기적인 STO 테마보다 신뢰할 수 있는 금융기관과의 사업 연계 여부, 실질적인 수익 창출 가능성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발행·유통 인프라 구축과 금융상품 토큰화가 동시에 추진되는 단계에 있다.
향후 주요 변수는 채권과 MMF 등 기존 금융상품의 실제 토큰화 규모, 증권사의 관련 사업 확대, 개인투자자 대상 상품 공급 및 결제 인프라 발전 속도다.
토큰증권 제도화가 단순한 발행 방식의 변화를 넘어 금융시장의 거래 효율성과 투자 접근성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사업모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