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국투자도 뛰어들었다…증권사 STO ‘자체 플랫폼’ 구축 경쟁 본격화
삼성증권, 삼성SDS 우선협상자 선정…한국투자증권은 블록체인글로벌과 개발
채권·펀드까지 토큰화 범위 확대…자체 원장·공동 인프라 병행 구도 형성
2027년 2월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대형 증권사들의 자체 발행 인프라 구축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초기 조각투자를 넘어 채권·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까지 토큰화 대상이 확대될 예정인 만큼, 증권사들이 향후 상품 설계와 발행·관리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독자 플랫폼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자체 STO 발행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진행한 뒤 삼성SDS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단순 발행시스템뿐 아니라 향후 지갑, 수탁, 보안, 블록체인 등 디지털자산 인프라 전반과의 연계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금융 계열사의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과 삼성SDS가 한국예탁결제원 관련 사업에 참여한 경험도 선정 과정에서 고려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자체 STO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RFP를 진행한 뒤 블록체인글로벌을 사업자로 선정해 관련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블록체인글로벌은 신한벤처투자가 2023년 단독 투자한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이다. 신한투자증권, SK증권, LS증권 등과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 시범사업인 ‘프로젝트 PULSE’를 운영하고 있다.
조각투자 넘어 채권·펀드까지…STO 사업 범위 확대
대형 증권사들이 초기 구축 비용에도 자체 플랫폼을 선택하는 배경에는 토큰증권 시장의 확장 가능성이 있다.
기존 STO 논의는 부동산과 미술품 등 비정형 자산을 활용한 조각투자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채권과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인 정형증권까지 단계적으로 토큰화하기로 하면서 증권사의 사업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선 기관투자자 대상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와 사모사채, 신탁방식을 활용한 비상장주식부터 토큰화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후 정형증권 공모 발행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온체인 결제로 범위를 확대하는 계획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과 금융상품을 자체 발행·관리 플랫폼에 연결할 수 있어야 시장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래에셋·한화도 독자 인프라…공동 플랫폼과 경쟁
자체 구축에 나선 증권사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만이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말 하나금융그룹 등과 토큰증권 플랫폼 메인넷 구축을 완료한 뒤 추가 개발을 진행해왔다. 한화투자증권도 자체 토큰증권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현재 아발란체 기반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자체 플랫폼의 장점은 상품별 기능을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지갑·수탁 등 다른 디지털자산 사업과 연계하기 쉽다는 데 있다. 반면 코스콤 등 공동 플랫폼을 이용하면 개발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기능과 일정이 운영 주체의 개발 방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초기 STO 시장은 대형 증권사가 자체 원장을 구축하고 일부 증권사는 공동 인프라를 활용하는 이원화 구조로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모든 증권사가 독자 원장을 구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이 이르다는 시각이 있다. 시장 규모와 실제 발행 물량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자체 플랫폼의 경제성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인프라 구축 경쟁이 실제 토큰증권 발행과 수익모델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느냐다. 2027년 제도 시행 이후 채권·펀드·비상장주식 등 실제 상품 공급이 시작되면 자체 플랫폼과 공동 인프라 가운데 어떤 구조가 비용과 확장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지도 증권업계 STO 전략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