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퀴드 네트워크서 비트코인 4000개 유출…4천억원대 보안 사고
연합 지갑 보관분 4200 BTC 중 약 4000 BTC 도난
신규 거래 전면 중단…“개인키 유출 아닌 L-BTC 발행 버그 가능성”
비트코인 연계 블록체인 ‘리퀴드 네트워크(Liquid Network)’에서 약 3억2000만달러, 한화 약 4308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유출되는 대규모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네트워크 측은 신규 거래를 중단하고 참여 회원사들과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리퀴드 네트워크는 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리퀴드 연합’ 지갑에 보관돼 있던 비트코인 4200개 가운데 약 4000개가 탈취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공격자는 네트워크의 취약점을 이용해 자금을 이동시킨 뒤 자신을 이른바 ‘화이트햇 해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이트햇 해커는 일반적으로 보안 취약점을 발견한 뒤 이를 악용하기보다 문제 해결을 돕는 보안 전문가를 뜻한다.
리퀴드 네트워크는 이용자들에게 사과하고 사고 이후 모든 신규 거래를 중단했다. 현재 회원사들과 함께 네트워크 정상화를 위한 문제 해결에 나선 상태다.
비트코인 거래 속도 높이려 만든 ‘사이드체인’
리퀴드 네트워크는 블록체인 기술기업 블록스트림(Blockstream)이 2018년 출범시킨 비트코인 연계 네트워크다. 암호학자 출신으로 비트코인 지지자로 알려진 아담 백이 블록스트림 공동 창업자다.
현재 80개 이상의 거래소와 인프라 기업, 자산운용사 등이 연합 형태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리퀴드는 비트코인 메인 네트워크의 거래 지연과 높은 수수료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설계됐다. 실제 비트코인을 네트워크에 예치하고 이에 대응하는 ‘리퀴드 비트코인(L-BTC)’을 발행해 보다 빠른 거래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BTSE와 비트파이넥스 등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도 리퀴드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있다. 비트파이넥스는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와 같은 그룹에 속해 있다. 이달 서비스 종료 계획을 밝힌 비트멕스 역시 리퀴드 네트워크 이용사로 언급됐다.
“개인키 유출은 없어”…L-BTC 발행 구조에 의문
이번 사고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개인키 유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퀴드 네트워크는 탈취된 자금이 네트워크 이체를 담당하는 결제 플랫폼 ‘사이드스왑(SideSwap)’을 통해 빠져나갔지만 개인키 자체가 노출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이버보안 기술기업 페일세이프의 아네린 플린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초기 조사 결과를 토대로 “L-BTC를 임의로 발행할 수 있게 하는 버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치 자산의 약 95%가 유출되고 네트워크까지 중단된 이번 사고가 리퀴드의 거래 검증 및 자산 보관 구조에서 중대한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만약 개인키 탈취가 아니라 토큰 발행 또는 검증 과정의 취약점이 원인으로 확인될 경우 이번 사건은 단순 지갑 해킹과는 다른 성격의 보안 사고가 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공격 경로와 기술적 원인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디지털자산 업계에서는 보안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원문에 따르면 지난주 크립토닷컴과 연계된 디지털자산 대출 플랫폼에서 600만달러가 인출됐고, 지난달에는 오프라인 비트코인 지갑 콜드카드 관련 해킹 사고도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비트코인의 거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축된 확장 네트워크에서도 대규모 자산 유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조사에서는 L-BTC 발행 구조의 취약점 여부와 탈취 자금 회수 가능성, 네트워크 복구 및 재발 방지 대책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