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문턱 구체화…“아무 자산이나 쪼개 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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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투자 문턱 구체화…“아무 자산이나 쪼개 팔 수 없다”

객관적 가치평가·처분 가능성 갖춰야…주거용 부동산 등 제외

자산 풀링도 엄격한 조건 적용…청약한도·의무보유·정기공시로 투자자 보호

소액으로 부동산이나 미술품, 각종 수익권 등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아온 조각투자의 제도적 기준이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투자금액을 잘게 나눌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자산을 자유롭게 증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초자산의 가치평가 가능성과 처분 용이성은 물론 자산을 여러 개 묶는 ‘풀링’, 투자자별 청약한도, 발행 이후 공시까지 단계별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비금전신탁수익증권 발행 모범규준’에 따르면 조각투자의 기초자산은 우선 객관적인 가치평가가 가능해야 한다.

관련 법령에 평가 원칙이 있거나 독립된 전문기관을 통한 평가가 가능해야 하며, 공공기관의 표준화된 공시가격이나 충분한 시장거래를 통해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발행인이 자체 평가모형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객관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향후 매각이나 처분이 가능한 자산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원칙은 ‘한 자산에 한 증권’…풀링은 조건부 허용

기본 원칙은 하나의 기초자산에 하나의 증권을 발행하는 구조다.

다만 일정 요건을 갖추면 여러 자산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는 집합화, 이른바 풀링도 가능하다. 이 경우 같은 종류이면서 동일한 권리를 가진 자산이어야 하고, 자산을 묶는 목적과 선정 기준을 투자자에게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각 기초자산의 가격과 위험, 수익구조도 개별적으로 구분해 공시해야 한다. 부실자산을 정상 자산과 함께 묶어 판매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풀링할 수 있는 자산의 숫자와 전체 신탁가액 역시 무제한으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기초자산의 특성 등을 고려해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미래 수익권도 제한적 허용…주거용 부동산은 제외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장래매출채권 등 미래 수익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다만 이미 계약이 체결돼 권리관계가 특정돼 있고 가까운 미래에 수익 발생 가능성이 충분히 확정적이며 신용보완 장치까지 갖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반대로 조각투자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되는 자산도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받는 주거용 주택과 사실상 주거 목적으로 이용되는 상업용 부동산은 기초자산으로 활용할 수 없다. 사행성 산업 관련 자산이나 사회·경제적으로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되는 자산도 제한 대상이다.

이는 조각투자가 부동산 규제를 우회하는 투자수단이나 고위험 자산의 무분별한 유통창구로 활용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소액투자 표방하지만 개인별 청약에도 상한

조각투자의 또 다른 특징은 소액 접근성이지만 개인이 한 상품에 무제한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범규준은 투자자별 청약한도를 상품 특성에 맞춰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원문에 제시된 한 사업자의 사례에서는 ‘3000만원’과 ‘전체 발행금액의 5%’ 가운데 작은 금액을 투자 상한으로 적용하고 있다.

가령 전체 발행금액이 10억원이면 5%는 5000만원이지만 개인 청약한도는 3000만원이 된다. 반면 발행금액이 3억원인 상품은 5%인 1500만원이 투자 한도로 적용된다.

배정 과정에서도 특정 투자자에게 물량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청약금액이나 발행인과의 이해관계와 관계없이 투자자를 공평하게 대우하고 일반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균등배정과 비례배정 등의 절차를 내부 규정에 마련해야 한다.

발행이 끝이 아니다…분기별 운용보고서 공시

투자자 보호장치는 증권 발행 이후에도 이어진다.

발행인은 신탁재산의 현황과 손익 등을 담은 운용보고서를 분기마다 작성해야 한다. 연 1회 이상 대표이사의 확인 또는 공인회계사의 확인·의견표시를 거쳐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장외거래소 공시시스템에도 관련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자산을 신탁한 기존 자산보유자에게도 책임이 부과된다. 부실하거나 가치가 낮은 자산을 투자자에게 넘긴 뒤 빠져나가는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발행 물량의 5% 이상을 신탁 종료 시점까지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했다.

결국 제도권 조각투자의 핵심은 ‘얼마나 작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느냐’보다 ‘무엇을 어떤 가치로 증권화하고, 위험과 수익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 있다.

향후 토큰증권(STO) 제도화와 함께 조각투자 시장이 확대되더라도 모든 실물자산이 곧바로 투자상품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인 가치평가와 환금성, 기초자산의 건전성, 투자한도와 공시체계를 갖춘 상품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쟁력은 단순한 ‘자산의 희소성’보다 상품 구조와 투자자 보호 수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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