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디지털자산 거래소 품는다…STO·RWA 유통망 선점 경쟁
한국투자증권, 코인원 지분 20% 확보 후 주식거래 연계
미래에셋, 코빗 97.15% 인수…디지털자산 플랫폼 주도권 강화
국내 증권사들이 디지털자산 거래소와의 결합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히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확보하려는 목적보다 향후 토큰증권(STO)과 실물연계자산(RWA) 시장이 확대될 경우 필요한 고객 기반과 거래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월 코인원 지분 약 20%를 인수한 뒤 디지털자산과 전통 증권 서비스를 연결하고 있다. 코인원 이용자는 앱에서 한국투자증권 계좌를 개설하거나 기존 계좌를 연동해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통해 국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토큰증권은 주식·채권이나 각종 자산에서 발생하는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에 기록·관리하는 증권이다. RWA는 부동산·채권 등 현실의 자산이나 권리를 디지털 토큰 형태로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객 연결’…미래에셋은 경영권 확보
한국투자증권이 코인원 투자 이후 우선 선보인 서비스가 새로운 가상자산 상품이 아닌 국내 주식거래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코인원이 확보한 디지털자산 투자자를 증권 서비스와 연결하는 동시에 기존 주식 투자자에게도 디지털자산으로 확장할 수 있는 통합 투자 환경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그룹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거래소 경영권을 확보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7월 코빗 지분 97.15%를 인수했으며 코빗은 다음 달 사명을 ‘디지털엑스’로 변경했다.
소수 지분 투자와 서비스 연계에 초점을 맞춘 한국투자증권과 달리 미래에셋은 거래소 조직과 사업 방향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지배력을 확보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디지털자산 플랫폼을 연결하고 전통 금융자산과 토큰화된 디지털자산을 함께 관리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디지털엑스 인수는 이를 추진할 거래 기반 확보로 해석되고 있다.
거래소의 고객·지갑·AML 인프라도 자산
증권사 입장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가진 가치는 현재의 거래 수수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거래소는 이미 고객 계좌와 주문·체결 시스템, 전자지갑,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증권사가 디지털자산 사업에 진출하면서 이러한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보다 기존 거래소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STO와 RWA가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들어올 경우 유통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부동산이나 채권, 펀드 수익권 등을 토큰화하더라도 실제 투자자가 이를 사고팔 수 있는 거래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상품 구조화와 발행 역량을 제공하고 거래소가 투자자와 주문·체결 시스템을 연결하는 형태의 협업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스테이블코인까지 연결되면 ‘통합 투자 플랫폼’ 경쟁
스테이블코인 역시 제도화 방향에 따라 증권사와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연결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자산 매매와 결제·정산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능해질 경우 증권사는 기존 주식·채권·펀드에 이어 디지털자산까지 고객의 투자자산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들이 거래소를 사들이거나 투자하는 이유는 토큰증권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물자산 토큰화 상품이 늘어날수록 프로젝트 안정성과 수익성, 관리 문제를 검토하는 거래소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증권사들의 거래소 투자는 현재의 가상자산 시장점유율보다 앞으로 어떤 디지털 금융상품을 발행·상장·유통할 수 있느냐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STO·RWA 제도화와 스테이블코인 활용 범위가 구체화될수록 전통 증권사와 디지털자산 거래소 간 결합은 ‘통합 투자 플랫폼’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