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규제 높아진 VASP…금융권·해외자본 유치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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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규제 높아진 VASP…금융권·해외자본 유치 경쟁 본격화

내년까지 부채비율 200% 이하 맞춰야…29개사 중 절반 이상 기준 미달 추산

신한·하나·수협 등 커스터디 투자 확대…써클 등 해외 투자자도 국내 시장 관심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이 강화되는 재무건전성 요건과 법인·기관투자자 시장 개방에 대비해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의 디지털자산 수탁업체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해외 가상자산 기업도 국내 사업자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우량 VASP를 둘러싼 자본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VASP와 대주주에 대한 재무 요건이 강화되면서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사업자들은 생존을 위해 외부 자금 확보가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법인과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에 대비해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금융지주 차원에서 KDAC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포함해 약 10% 안팎의 추가 투자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현행법상 은행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5% 이내에서 보유할 수 있고 금융지주회사는 최대 25% 수준까지 보유할 수 있어 지주 차원의 투자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당초 KDAC 지분 15%를 보유했지만 이후 증자와 합병 과정에서 지분율이 희석돼 지난 6월 기준 2.23%까지 낮아졌다.

법인시장 열리면 ‘수탁 자본력’ 중요해진다

금융회사의 커스터디 투자 확대 배경에는 법인과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법인의 잠재적인 가상자산 수탁 수요를 보수적으로 약 75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향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자산운용사를 대신해 기초자산을 보관하는 전문 수탁 인프라의 필요성도 커질 수 있다.

기관과 법인이 대규모 자산을 맡길 경우 수탁사의 자본 규모와 재무건전성, 내부통제 체계가 거래 상대방을 선택하는 핵심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금융회사의 관련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SK텔레콤과 함께 미국 기관용 디지털자산 수탁·인프라 기업 비트고의 한국법인 비트고코리아 지분 25%를 확보했다. 비트고코리아는 지난달 금융정보분석원(FIU)의 VASP 신고 수리를 완료했다.

Sh수협은행도 커스터디 VASP 인피닛블록 지분 15%를 인수했다. 기존 주주인 iM뱅크 역시 추가 출자를 통해 지분율을 15%로 높이면서 두 금융회사는 공동 2대 주주가 됐다.

써클 등 해외자본도 국내 VASP 검토

국내 사업자들은 해외 투자자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써클을 포함한 일부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VASP의 기술력과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한 개념검증(PoC)과 사업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유동성공급자(LP), 시장조성자(MM), 벤처캐피털(VC) 등도 국내 사업자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투자 대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국내 VASP가 제한적이어서 재무구조와 기술력, 라이선스를 갖춘 사업자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VASP 29곳 중 절반 이상 재무요건 미달 추산

중소형 VASP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녹록지 않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VASP와 대주주는 내년까지 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춰야 한다.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 등을 토대로 한 추산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VASP 29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말 기준 FIU가 신고 수리를 결정한 VASP는 업비트, 코빗, 코인원, 빗썸, 플라이빗, 고팍스, KODA, KDAC, 인피닛블록, DSRV, 비트고코리아 등을 포함해 총 29개사다.

이 가운데 일부 사업자는 부채가 자산을 넘어서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일부 중소형 사업자가 신규 투자 유치 지연으로 임금이나 고용보험료 지급에 어려움을 겪거나 구조조정에 나선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강화되는 특금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VASP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 유치를 여러 경로로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대주주 적격성 관련 논의가 강화되면서 향후에는 금융회사 대주주에 준하는 사회적 신용도가 요구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VASP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기존 사업자들도 자본 확충과 주주 구성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장이 법인과 기관 중심으로 확대될수록 VASP의 경쟁력 기준은 단순한 기술력이나 라이선스 확보를 넘어 자본력과 재무건전성, 대주주 신뢰도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과 해외자본을 확보한 사업자와 그렇지 못한 사업자 간 격차가 벌어질 경우 향후 국내 VASP 시장의 구조조정과 재편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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