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는 접고 금융사는 뛰어든다…L2 블록체인 사업 ‘엇갈린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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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는 접고 금융사는 뛰어든다…L2 블록체인 사업 ‘엇갈린 선택’

디지털X, 실리콘·Web3 월렛 연말 종료…수익성 낮은 사업 정리

토스·DB증권은 L2 활용 확대…STO·RWA·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주목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레이어2(L2) 블록체인을 둘러싼 사업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디지털X가 자체 L2와 웹3 지갑 사업을 종료하는 반면, 금융회사들은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위한 기반 기술로 L2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9일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X는 자체 이더리움 L2 ‘실리콘(Silicon)’을 기반으로 운영해온 ‘코빗 Web3 월렛’을 오는 12월 31일 종료한다. 실리콘 네트워크 역시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Web3 월렛은 이용자가 개인키를 직접 관리하면서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과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블록체인 서비스에 접근하는 비수탁형 지갑이다. 코빗은 지난해 2월 국내 원화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Web3 월렛을 선보였지만 약 1년 6개월 만에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디지털X는 부진한 L2 시장 환경과 서비스 운영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L2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생태계 경쟁력’이 관건

레이어2는 이더리움 같은 레이어1(L1) 메인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를 별도로 처리해 속도를 높이고 수수료를 낮추는 확장 네트워크다.

업계에서는 디지털X의 사업 철수를 L2 시장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용자와 거래할 상품을 확보한 일부 L2에는 상당한 거래량과 수익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최근 30일 기준 로빈후드 체인의 매출은 2876만달러, 약 385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옵티미즘의 OP스택 기반 L2인 베이스는 342만달러, 아비트럼은 약 39만8000달러, 스타크넷은 약 20만1000달러를 기록했다.

체인별 실적 격차가 상당한 셈이다.

로빈후드 체인은 토큰화 주식을 주요 서비스로 내세우면서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4일 로빈후드 체인의 RWA 온체인 거래량은 8억2980만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밈코인과 토큰화 주식을 연계한 페어 거래가 4억3600만달러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실리콘의 경우 이용자가 실제 사용할 디앱이나 투자할 자산 등 생태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체인을 구축하는 것 자체보다 그 위에서 거래할 상품과 이용자를 확보해야 유동성과 수익이 뒤따른다는 설명이다.

디지털X는 RWA·STO, 금융사는 L2 활용 확대

디지털X의 사업 정리는 미래에셋그룹 편입 이후 디지털자산 사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디지털X가 자체 월렛과 L2 운영보다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RWA와 STO 등 금융상품 연계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기존 고객과 금융상품을 확보한 금융회사들은 L2를 직접적인 수익상품보다는 새로운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술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토스는 지난 7월 옵티미즘, 서니사이드랩스와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술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토스는 이더리움의 보안성을 활용하면서 빠르고 저렴한 거래가 가능하고, OP스택을 통해 금융기관의 요구에 맞춘 전용 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 배경으로 제시했다.

DB증권 역시 지난 7월 옵티미즘과 제주 지역 STO·RWA 사업모델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독자 블록체인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대신 기존 L2 기술을 활용해 금융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를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금융권이 L2 주목하는 이유는 ‘보안+통제’

전문가들은 금융사가 L2에 관심을 갖는 배경으로 퍼블릭 블록체인의 신뢰성과 금융기관에 필요한 통제 기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박혜진 서강대 AI·디지털자산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는 금융회사가 규제상 퍼블릭 블록체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메인넷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활용하면서 일정한 운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L2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 블록체인을 구축할 경우 브리지와 디파이 등 주변 인프라까지 직접 개발해야 하는 비용 부담도 크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OP스택이나 아비트럼 등 이미 구축된 개발 생태계를 활용하고, 사업 경험이 축적된 뒤 자체 인프라로 확장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L2 시장의 경쟁력은 ‘자체 블록체인을 보유했느냐’보다 그 위에 어떤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올리고 얼마나 많은 고객과 유동성을 연결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STO와 RWA,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제도화될수록 금융회사의 기존 고객·상품과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을 연결하는 L2 활용 경쟁도 한층 구체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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