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9조원 해킹 충격…북한 연계 공격에 가상자산 보안체계 전면 점검
폴리네트워크·로닌·바이비트 이어 초대형 사고…FBI,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 지목
운영 인프라 침해가 탈취액 76% 차지…금융위, 국내 거래소 지갑·전자서명·관리자 권한 긴급 점검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약 63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보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스마트계약 취약점과 개인키 탈취에 집중됐던 공격이 거래소 내부 시스템과 거래 승인 절차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내 금융당국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가상자산사업자의 지갑 관리와 접근통제 체계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11월 3일 관련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바이낸스 해킹 사건에서는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을 통해 대규모 가상자산이 유출됐다.
바이낸스 63억달러 탈취…직원 노트북 침해 가능성 조사
바이낸스는 초기 조사에서 개발·운영 담당 직원의 노트북이 침해됐을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이후 추가 침투 지점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키가 유출됐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고 정확한 공격 경로는 조사 중이다.
바이낸스는 사고 직후 출금을 일시 중단하고 피해 시스템의 접근 권한을 차단했다. 이용자 보호기금 SAFU와 자체 자금을 활용해 손실을 전액 부담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10월 30일 기준 약 30억달러 상당의 탈취 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지만, 동결된 자산이 실제 회수된 것은 아니다.
로이터통신의 11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출금 서비스 재개 이후 바이낸스에서 약 47억2000만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바이낸스는 이를 전체 플랫폼 자산의 약 3% 수준으로 설명하며 자금 유출 흐름이 안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FBI “북한 트레이더트레이터 소행”…북한은 반박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북한 연계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FBI는 공격자들이 탈취 자산을 이더리움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향후 탈중앙화금융(DeFi) 서비스를 활용해 자금세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이러한 발표를 부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의 11월 3일 보도에 따르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미국의 북한 배후 지목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폴리네트워크·로닌·바이비트…반복된 대형 해킹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대규모 자산 탈취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2021년 폴리네트워크에서는 블록체인 간 자산 이동을 처리하는 스마트계약의 취약점이 악용돼 약 6억1000만달러가 탈취됐다. 이후 탈취 자산 대부분이 반환됐다.
2022년 로닌 네트워크에서는 거래 검증에 필요한 개인키가 탈취되면서 약 6억2000만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FBI는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APT38을 배후로 지목했다.
2025년 2월 바이비트에서는 약 15억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이 탈취됐다. 공격자들은 외부 지갑 서비스의 승인 화면을 조작해 거래가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게 했으며, FBI는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운영 시스템 침해, 전체 탈취액의 76% 차지
블록체인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25년 초부터 12월 초까지 전 세계 가상자산 탈취액은 34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북한 연계 조직의 탈취액은 약 20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25년 상위 3건의 해킹 사건이 전체 서비스 대상 탈취액의 69%를 차지하는 등 대형 사고에 피해가 집중됐다.
TRM랩스가 올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2026년 상반기 가상자산 해킹이 207건, 피해액은 약 9억7200만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운영 인프라 침해는 전체 사고의 약 15%였지만 탈취액의 약 76%를 차지했다.
이는 스마트계약 코드뿐 아니라 지갑 접근 권한과 개인키 관리, 거래 승인 시스템에 대한 보호가 중요하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금융위, 국내 거래소 긴급 점검…콜드월렛 관리 강화 주문
금융위원회는 11월 2일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주요 가상자산사업자와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국내 거래소의 전산 시스템 접근통제와 출고 승인·서명 체계, 관리자 권한 관리 현황 등을 점검했다.
금융위는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 보관 비중을 높이고 입출금 상시 모니터링, 이상 접근 시도에 대한 신속한 보고와 정보 공유를 강화하도록 주문했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국내 사업자가 이용자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외 거래소에서 대규모 해킹이 발생할 경우 국내 거래소가 관련 자산의 출금을 신속하게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검토 중이다.
이번 사고에서 주목할 부분은 블록체인 자체의 취약점뿐 아니라 운영 시스템과 거래 승인 권한의 침해가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보안 대응의 핵심은 지갑·개인키 보호와 승인 절차 강화, 이상거래 탐지 및 사고 발생 후 자산 동결 체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