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시행 4개월도 안 남았는데…발행사들은 ‘상품 출시 막막’
2027년 2월 STO 제도 시행 앞두고 장외거래소 출범 준비…사업형 투자계약증권 보호 기준은 미확정
부동산 월세·태양광 발전 수익증권 사업화 난항…발행·관리 비용에 투자수익률 하락 우려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작 투자상품을 공급해야 할 발행사들은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이 관련 하위법규 마련에 나서고 장외거래소들도 출범을 준비하고 있지만, 새로운 유형의 투자계약증권에 적용할 구체적인 투자자 보호 기준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증권 발행과 사후 관리에 드는 비용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제도 시행 이후 실제 상품 공급이 얼마나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10월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큰증권 발행을 준비하는 일부 기업들은 상품 구조를 설계하고 증권사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발행 기준과 비용 문제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가구주택 월세 수익증권 추진…투자자 보호 기준 불확실
A사는 다가구주택의 월세 수입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토큰증권 상품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으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고, 이후 월세로 전환해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구조다.
집주인은 보증금 반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투자자는 임대사업의 수익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A사 관계자는 사업 구조를 설계하고 증권사와도 논의했지만, 사업형 투자계약증권의 발행 선례와 구체적인 심사 기준이 없어 준비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 관련 사업 구조를 설명했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를 어느 수준까지 마련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유지분형과 사업형 투자계약증권…핵심은 자산 소유권
투자계약증권은 투자자가 공동사업에 자금을 투입하고 사업 성과에 따라 손익을 배분받는 증권이다.
상품 구조에 따라 핵심 자산의 소유권을 투자자들이 나누어 보유하는 공유지분형과 자산을 공동 소유하지 않고 사업 성과를 배분받는 사업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유지분형은 미술품 한 점을 여러 투자자가 나누어 소유하고, 이후 해당 작품을 매각해 발생한 손익을 배분받는 방식이다.
반면 사업형 투자계약증권은 투자자가 사업을 직접 운영하거나 기초자산을 공동 소유하지 않더라도 사업에서 발생하는 성과를 배분받는 구조다.
이 때문에 사업 운영회사가 파산했을 때 투자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A사는 신탁 등을 활용한 자산 보호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보호 수준이 정해지지 않아 상품 구조 확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 사업형 투자계약증권 보호 기준 추가 검토
금융위원회도 지난 9월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방향에서 사업형 투자계약증권의 투자자 보호 문제를 추가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엄격한 개별심사는 유지하되, 사업형 상품에 적합한 투자자 보호 기준은 연구용역 등을 통해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관련 연구용역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상품 설계에 필요한 법적 기준과 보호 장치가 명확하지 않아 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태양광 발전 수익증권도 비용 부담…수익률 7%가 5%로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은 발행·관리 비용이다.
블록체인 기술 지원과 태양광 발전사업 개발에 참여하는 B사는 발전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토큰증권 상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 발행과 관리에 필요한 비용이 추가되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감소한다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사업의 예상 수익률이 7%이고 동일한 투자금액과 기간을 기준으로 발행·관리 비용이 2%포인트에 해당한다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률은 단순 계산으로 5%까지 낮아진다.
B사 관계자는 사업 수익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추가 비용을 감수할 수 있지만, 태양광 발전처럼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는 사업은 발행·관리 비용이 투자 매력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규모 조각투자 상품은 증권신고서 작성과 상품 구조 검토에 필요한 인력 및 비용이 발행금액에 비례해 감소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내년 2월 4일 시행…11월 11일까지 하위법규 의견 수렴
금융위원회는 2027년 2월 4일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목표로 관련 하위법규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증권의 발행과 거래 기록을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분산원장 요건과 발행인이 직접 투자자 계좌를 관리할 때 필요한 등록요건 등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11월 11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 입법예고가 진행 중인 하위법규와 별개로 사업형 투자계약증권의 구체적인 투자자 보호 기준은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장외거래소보다 상품 공급이 관건…소규모 발행 여건 개선 요구
토큰증권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장외거래소 구축뿐 아니라 실제 투자자가 매수할 수 있는 상품이 지속적으로 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행사들은 투자자 보호 기준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소규모 사업도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다양한 상품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장외거래소가 활성화되려면 투자 매력이 있는 상품의 발행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발행 과정에서 사후 관리와 시스템 연계 경험을 축적하고 개선 사항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토큰증권 제도 시행 이후 시장의 성패는 거래 인프라 구축을 넘어 실제 발행 가능한 상품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업형 투자계약증권의 보호 기준 마련과 발행·관리 비용 부담 완화 여부가 향후 상품 공급 확대를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