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회사채도 토큰증권으로 발행…한국투자·NH·KB증권, 채권 STO 시장 선점 경쟁
금융위, 2027년 2월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사채·MMF 우선 토큰화…채무증권 장외거래소 인가단위 신설 추진
사모 회사채 발행액 2023년 2조원대서 2025년 14조원대로 증가…증권사 발행주선·계좌관리 수익모델 주목
금융당국이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회사채를 토큰증권(STO) 제도의 초기 적용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증권업계의 채권 토큰화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기존 발행·유통 플랫폼을 채권과 펀드 등 정형증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사모채 발행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기존 기업금융 업무와 블록체인 기반 증권 관리체계를 결합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0월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4일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방향에서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정형증권의 단계적 토큰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2027년 2월 4일 제도 시행 초기에는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사채와 사모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우선 적용 대상으로 제시했다.
기관 전용 사모사채부터 토큰화…채무증권 유통시장 제도화
채권 토큰화는 회사채 등 채무증권의 권리 정보를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에 기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기존 채권의 법적 성격을 유지하면서 발행과 관리 과정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원회가 10월 2일 입법예고한 하위법규 개정안에는 채무증권을 취급하는 장외거래소 인가단위를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기존 채권 발행주선과 인수·중개 업무에 토큰증권 발행·계좌관리 기능을 결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사모 회사채 발행 급증…올해도 전년 동기 대비 26.3% 증가
채권 토큰화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사모 회사채 발행시장의 확대가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국내 사모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23년 2조5892억원에서 2024년 10조9125억원, 2025년 14조4427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발행 종목 수도 216개에서 1553개, 2403개로 늘었다.
2026년 10월 14일까지 발행금액은 12조39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조8178억원보다 26.3% 증가했다.
다만 이 수치는 전체 사모 회사채 발행 실적으로, 모두 토큰증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장 규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국투자증권, 채권·MMF 통합 발행 플랫폼 구축 추진
한국투자증권은 채권과 MMF 등 기존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토큰증권 통합 발행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말 관련 사업자들에게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으며,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받은 KDX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다.
앞서 2023년에는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과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구성해 발행 인프라 개발과 시범발행을 진행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채권형 토큰증권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상품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NH·KB·신한증권도 인프라 확보…코스콤 공동 플랫폼 13개사 참여
NH투자증권은 코스콤의 토큰증권 공동 발행 플랫폼 협력에 참여하면서 정형·비정형증권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코스콤은 LG CNS와 토큰증권 발행 인프라를 구축하고 한국예탁결제원과 총량관리 테스트베드 실증을 완료했다. 지난 10월 13일 기준 공동 플랫폼 협력 증권사는 현대차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교보증권 등을 포함해 13개사다.
NH투자증권은 채권 토큰화 상품의 실제 출시 여부를 시스템 안정성과 가치평가 등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KB증권은 토큰증권 발행·유통 연계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신한투자증권은 분산원장 인프라와 조각투자 계좌관리 업무를 중심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사 신규 수익모델 관건…발행 규모보다 운영 효율성
채권 토큰화는 증권사에 발행주선과 인수, 중개, 계좌관리 등 기존 기업금융 업무를 확대할 기회로 거론된다.
다만 플랫폼 구축만으로 수익 창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상품 발행과 유통체계가 구체화돼야 하며, 기존 전자증권 방식과 비교해 업무 효율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채권 토큰화가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하고 증권사에도 새로운 상품과 유통구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향후 핵심 변수는 하위법규 확정과 채무증권 장외거래소 인가체계 마련, 기관투자자 대상 상품의 실제 발행 여부다. 특히 확대되는 사모 회사채 시장에서 토큰증권 방식이 기존 발행·관리 업무보다 어떤 실질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증권사 STO 사업의 수익성을 가늠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