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 속도…스베르방크도 ‘지갑·수탁’ 인프라 구축
일반투자자 거래 허용하되 국내 결제는 금지…국경 간 결제에는 활용
스베르방크, 12월 디지털 수탁 인프라 목표…거래·보관 중심 시장 확대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거래와 수탁을 제도권 금융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인의 암호화폐 투자를 일정 범위에서 허용하는 동시에 러시아 국내에서 상품·서비스 대금을 암호화폐로 지급하는 것은 계속 금지하는 ‘투자 허용·결제 제한’ 구조가 핵심이다.
러시아는 암호화폐 산업의 합법적 운영에 필요한 세부 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관련 제도 정비가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2026년 말까지 산업 운영에 필요한 세부 규칙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거래는 열고 결제는 막아…러시아식 ‘이중 규제’
러시아는 암호화폐 투자자의 거래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비적격 투자자는 하나의 중개기관을 통해 비트코인과 기타 허용 자산을 최대 30만루블 범위에서 매수할 수 있으며, 적격 투자자에게는 별도의 거래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러시아 국내에서 상품이나 서비스의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계속 금지된다. 투자와 보유는 일정 범위에서 허용하면서 법정통화처럼 일상적인 지급결제에 사용하는 것은 제한하는 방식이다.
반면 국경 간 거래에서는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러시아 기업들은 해외 거래 과정에서 디지털자산을 활용할 수 있으며, 국제 결제 분야가 암호화폐의 주요 활용처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도 암호화폐 시장 진입
제도 정비와 함께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도 암호화폐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스베르방크는 오는 12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지갑,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를 선보이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수탁은 고객이 보유한 가상자산의 개인키와 관련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하는 서비스다. 전통 금융기관이 암호화폐 수탁시장에 직접 진입하면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 중심이던 시장에 은행권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
스베르방크는 앞서 신규 암호화폐 사업 출시 첫해 거래 규모가 4조루블, 약 64조8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결제보다 국경 간 금융 활용에 무게
러시아가 암호화폐 제도화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국제 금융환경도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는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을 법정화폐처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반면 국제 결제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넓히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암호화폐 정책은 ‘국내 투자·거래 허용’, ‘내수 결제 제한’, ‘국경 간 결제 활용’이라는 구조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은행권의 시장 진입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암호화폐 거래가 제도권으로 이동할수록 수탁과 지갑, 거래관리, 내부통제 등 기존 금융기관이 강점을 가진 영역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러시아 암호화폐 시장의 핵심 변수는 연말까지 세부 규정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마련되고, 스베르방크를 비롯한 대형 금융기관의 서비스가 실제 시장에 안착하느냐다. 국내 결제를 제한하면서 투자·수탁과 국경 간 결제는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러시아의 이중적 정책 구조가 향후 디지털자산 시장을 어떤 방향으로 재편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