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엔비디아·테슬라 주식 24시간 토큰화 거래 추진…한국 STO 시장은 제도화 초기 단계
OKX·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 ICE, 토큰화 주식 거래 플랫폼 추진…SEC 5년 한시 규제 면제 활용
스위스 디지털채권 누적 발행 3조원 돌파…한국은 하위법규 마련·조각투자 시장 개설 지연
미국과 유럽에서 주식·채권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하고 거래하는 자본시장 토큰화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가 손잡고 24시간 주식 거래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으며, 스위스에서는 디지털채권 발행 실적이 축적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단계로, 실제 상품 유통과 온체인 결제 인프라 구축이 과제로 남아 있다.
10월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토큰화 주식 거래 플랫폼 추진 계획을 통지했다.
OKX·ICE 합작법인 설립…미국 주식 60여개 토큰화 추진
OKX는 지난 6월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와 합작법인 'OKXICE'를 설립했다. 공동 의장에는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가 참여했다.
OKXICE는 미국 상장기업 60여곳의 주식을 토큰화해 거래하는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다.
토큰화 주식은 실제 주식에 대한 소유권과 관련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표현한 증권이다.
거래 대상으로는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등 주요 기술기업이 거론된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금융회사, 코인베이스·서클·로빈후드 등 디지털자산 기업도 검토 대상이다.
다만 해당 기업들의 거래 참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상장기업은 사전 통지를 받은 뒤 자사 주식의 토큰화 거래를 거부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24시간 거래…실시간 결제 구조 도입
OKXICE가 추진하는 플랫폼은 기존 증시 운영시간과 관계없이 주말과 공휴일에도 거래할 수 있는 24시간 시장을 목표로 한다.
거래에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와 USDC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 주식시장의 호가 매칭 방식과 달리 블록체인 기반 유동성 풀을 활용한 자동화 거래 구조도 도입한다. 거래 체결과 대금결제를 연결해 결제 시간을 단축하고 소수점 단위 투자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토큰화 주식은 실제 주식을 1대1로 담보하고 배당권과 의결권 등 기존 주주의 권리를 제공하도록 설계된다.
미국 SEC, 토큰화 주식 거래에 5년간 한시적 규제 면제
미국 SEC는 지난 9월 17일 토큰화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한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조치를 발표했다.
해당 제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토큰화 증권 거래 플랫폼에 기존 증권거래소 등록 의무의 일부를 2031년 9월 17일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내용이다.
투자자 권리 보호와 발행기업의 거래 거부권 등이 적용되며, 단순히 주가만 추종하는 합성 토큰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2021년 바이낸스가 토큰화 주식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유럽 금융당국의 규제 문제로 중단했던 사례와 구별된다.
스위스는 디지털채권 발행 확대…누적 규모 약 3조원
유럽에서는 스위스 SIX그룹 산하 디지털 증권거래소 SDX가 토큰화 채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SDX는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의 승인을 받아 분산원장 기반 증권 발행·거래와 중앙예탁 기능을 제공하는 금융 인프라다.
2021년 1억5000만 스위스프랑 규모의 디지털채권 발행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 8월에는 아프리카금융공사(AFC)가 3억5000만 스위스프랑 규모의 디지털채권을 발행했다. 이에 따라 SDX의 누적 발행 규모는 18억3000만 스위스프랑, 약 3조원을 넘어섰다.
한국, 2027년 2월 STO 시행…조각투자 시장 일정도 연기
한국은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위한 하위법규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1일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하위법규를 입법예고했다. 2027년 2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정형증권의 토큰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온체인 결제는 초기 도입 대상에서 제외돼 중장기 과제로 추진된다.
한국거래소의 신종증권시장 개설 일정도 연기됐다. 당초 10월 6일 모의시장 운영과 11월 16일 정식 개설을 계획했지만 일정이 조정됐다. 해당 시장은 미술품·가축·저작권 등 비정형자산을 증권화한 상품의 거래를 준비해 왔다.
다만 신종증권시장과 토큰증권시장 전체는 동일한 개념이 아니므로 일정 변경을 STO 제도 시행 자체의 연기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토큰화 경쟁…한국은 유통·결제 인프라 연결이 관건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토큰증권 사업 범위가 시행령과 감독규정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며, 투자계약증권 유통과 온체인 결제 등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토큰화 주식 거래에 대한 한시적 규제 면제를 도입하고 스위스가 디지털채권 발행 경험을 축적하는 가운데, 한국은 제도화 이후 실제 상품 발행과 거래시장 형성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기존 은행·증권 결제망과 블록체인 인프라의 연결, 증권과 대금의 동시결제 체계,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위한 후속 제도 정비가 핵심 변수다. 국내 STO 시장의 경쟁력은 법적 기반 마련을 넘어 실제 거래 가능한 상품과 안정적인 유통·결제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평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