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클래러티법 제동에도 ‘토큰화 금융’ 전진…한국도 제도 설계 속도전
美 SEC, 토큰화 주식 거래에 5년 한시적 면제…의회 입법 지연 속 규제기관이 시장 실험
국내 전문가들 “기술보다 위험 중심 규율 필요”…스테이블코인·STO 결제 기준도 과제
미국의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러티법(CLARITY Act)’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토큰화 주식과 온체인 금융을 둘러싼 제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제도화를 앞두고 특정 블록체인 기술을 제한하기보다 투자자 보호와 결제·담보 등 실제 금융 기능을 중심으로 규율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상원은 지난 15일 클래러티법의 심의를 진행하기 위한 절차표결에서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클로처를 부결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블록체인 위 금융의 미래’ 세미나에서는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변화와 국내 디지털자산 제도화 방향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의회 멈춰도 SEC는 움직였다…토큰화 주식 거래 실험
밀러 화이트하우스-레빈 솔라나정책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의회에서 포괄적인 가상자산 입법이 지연되고 있지만 규제당국이 기존 권한을 활용해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7일 토큰화된 미국 상장주식의 거래를 위한 한시적 ‘혁신 면제’를 발표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한 토큰화증권거래장소와 유동성 공급자가 허가된 환경에서 토큰화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일부 규제를 2031년까지 면제하는 내용이다. 토큰화 주식에는 기존 주식과 동일한 배당·의결권 등이 부여돼야 하며 합성형 상품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화이트하우스-레빈 CEO는 클래러티법 처리 지연과 별개로 이 같은 SEC 조치가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에서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다만 클래러티법의 향후 처리 전망에 대해서는 윤리규정 등을 둘러싼 정치적 쟁점 때문에 단기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전망을 내놨다.
“스테이블코인·토큰화·AI 에이전트가 금융에서 결합”
조셉 샬롬 샤프링크 공동 CEO는 향후 금융시장이 스테이블코인과 자산 토큰화, 온체인 금융,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과거 블랙록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 과정에 참여한 경험을 언급하며 새로운 금융상품이 제도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업계와 규제당국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기존 규제 경험만을 기준으로 새로운 시장을 판단하기보다 산업과 감독당국이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도 ‘무엇을 금지할까’보다 ‘어떤 위험을 관리할까’
국내 전문가들은 기술 자체보다 금융 기능과 위험에 초점을 맞춘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권리의 무결성과 거래 참여자의 식별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며 ‘동일한 위험에는 동일한 규제’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완성 코스콤 디지털자산사업부 부서장은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이 결합될 경우 어느 시점을 법적인 결제 완료로 인정할지, 토큰화된 자산을 담보로 인정하고 처분할 때 어떤 절차를 적용할지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핵심 변수는 입법 속도만이 아니라 실제 금융거래가 작동할 수 있는 규칙을 얼마나 정교하게 마련하느냐다. 미국이 의회 입법과 별도로 SEC의 조건부 면제를 통해 토큰화 주식 시장을 시험하기 시작한 만큼 한국에서도 STO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뿐 아니라 결제 완결성, 담보권, 투자자 보호, 온체인 거래 기준을 어떻게 연결할지가 디지털자산 제도화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