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시장 개척한 루센트블록, STO 거래소 인가 탈락…“8년 실증했는데 사업 중단 위기”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 이용자 50만명·누적거래 300억원…KDX·NXT에 예비인가 밀려
허세영 대표 “자동 인가 아닌 공정한 재심사 기회 요구”…금융위 경쟁인가 원칙과 스타트업 실증 성과 충돌
국내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을 개척한 핀테크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이 토큰증권(STO) 유통시장 제도화 과정에서 사업 지속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약 4년간 사업을 실증하고 이용자 50만명을 확보했지만, 정식 인가를 위한 경쟁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신규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혁신금융사업자의 실증 성과를 정식 금융업 인가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0월 13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의 허세영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기존 혁신금융사업자에게 다시 심사받을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2018년 창업해 부동산 조각투자 개척…50만명 이용자 확보
허 대표는 2018년 28세에 루센트블록을 창업했다. 당시 국내에는 부동산을 소액 단위로 나눠 투자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에 적합한 인가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루센트블록은 정부의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사업을 추진했다.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과 금융기관 협력구조 구축을 위해 2년 6개월 넘게 심사를 받았다.
이후 신탁회사가 부동산을 관리하고 수익증권을 발행하면 루센트블록이 투자자 모집과 거래를 담당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했다.
2022년 출시된 '소유'는 2025년 9월 기준 이용자 50만명, 누적 거래액 3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허 대표는 해당 사업 구조가 이후 토큰증권 업계의 주요 모델로 활용됐으며, 금융당국도 다른 조각투자 사업자들에게 유사한 구조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STO 장외거래소 경쟁인가 도입…KDX·NXT 예비인가 획득
사업 환경이 달라진 것은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유통사업자를 최대 2곳으로 제한하고 경쟁 심사를 통해 선정하는 인가 방식을 도입하면서다.
루센트블록은 기존 사업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정식 인가를 준비했으나 대형 금융기관들이 참여한 컨소시엄과 경쟁하게 됐다.
넥스트레이드·신한투자증권·뮤직카우 등이 참여한 NXT컨소시엄과 한국거래소·코스콤·증권사들이 참여한 KDX컨소시엄이 인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2월 심사를 거쳐 NXT컨소시엄과 KDX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부여했다. 루센트블록은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당국은 당시 규제 샌드박스 참여가 정식 인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경쟁 심사 방식도 신청 전에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운영 경험에 대해서도 평가 가점을 부여했다는 입장이다.
예비인가 탈락 이후 신규 거래 중단…기존 배당·자산관리만 유지
인가 심사 결과는 루센트블록의 사업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비인가 탈락 이후 소유 플랫폼의 신규 거래가 중단됐으며, 현재는 기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배당과 자산관리 기능만 유지하고 있다.
추가적인 인가 기회가 마련되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허 대표는 정부가 마련한 제도에 따라 투자자 보호체계를 구축하고 고객을 확보했지만, 정식 인가 단계에서 새로운 경쟁 절차를 맞게 됐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그는 창업 이후 대통령 3명과 금융위원장 6명이 바뀌는 동안 해당 사업에 집중해 왔다고 밝혔다.
“자동 인가 요구 아니다”…실증 성과 기반 재심사 촉구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는 기존 혁신금융사업자에게 정식 인허가를 다시 신청할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지가 논의됐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4년간 사업을 실증한 기업의 인허가 신청 기회에 대해 질의했다.
허 대표는 자동으로 인가를 부여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며, 그동안의 실증 성과와 규제 준수 능력을 다시 평가받고 요건을 충족한다면 시장에서 경쟁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는 혁신금융사업자가 정식 인허가를 신청할 경우 심사위원회가 실증 성과를 바탕으로 인가 요건 충족 여부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이번 논란은 기존 혁신금융사업자의 시장 개척 성과와 금융당국의 경쟁인가 원칙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향후 핵심 변수는 루센트블록에 추가적인 인가 신청 또는 재심사 기회가 열릴 수 있는지 여부다. 아울러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검증된 사업 경험이 정식 인가 심사에서 어떤 비중으로 평가되는지도 주목된다. 이는 조각투자 시장뿐 아니라 향후 토큰증권 제도화 과정에서 혁신금융사업자의 사업 연속성을 판단하는 기준과도 연결되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