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조각투자 시장’ 개장 연기…STO 시대 앞두고 ‘상품 부족’ 변수로
10월 6일 모의시장·11월 16일 정식 개장 일정 순연…새 일정은 미정
부동산·미술품 신규 공급 둔화…“시장부터 열기보다 우량 기초자산 확보가 먼저”
한국거래소가 조각투자 상품을 거래하는 신종증권시장의 개장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토큰증권(STO) 제도화를 앞두고 거래 인프라 구축에는 속도가 붙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상품과 유통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가 초기 시장 형성의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당초 10월 6일부터 6주 동안 운영할 예정이던 신종증권 모의시장 개장을 상당 기간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11월 16일로 예정했던 정식 시장 개장도 순연됐다. 구체적인 재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거래소는 준비됐는데 팔 상품이 없다
신종증권은 주식·채권처럼 표준화된 전통 증권과 달리 부동산, 미술품, 가축, 저작권 등 다양한 비정형 자산의 권리를 증권 형태로 만들어 여러 투자자가 나눠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이번 시장 개장 연기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거래 가능한 상품 공급 부족이 꼽힌다.
특히 기존 조각투자 시장에서 비교적 규모가 컸던 부동산 분야는 일부 플랫폼 사업자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신규 상품 공급이 감소했다. 미술품 역시 일부 공모에서 투자자 청약금액이 모집 예정액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신규 발행 확대에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가축 조각투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급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개별 기초자산과 발행 규모가 작아 전체 유통시장을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어급 상품’ 확보가 STO 유통시장 성패 가른다
한국거래소가 일정을 늦춘 것은 거래시스템을 먼저 개설하더라도 충분한 종목과 거래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 유동성과 가격발견 기능을 정상적으로 형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각투자와 토큰증권 시장에서는 발행 자체만큼 2차 유통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투자자가 자산을 매입한 뒤 필요할 때 다시 매도할 수 있어야 상품의 환금성이 확보되고, 매수·매도 주문이 지속적으로 형성돼야 시장가격도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음원 IP와 부동산뿐 아니라 항공기 엔진, 대출채권, 매출채권, 미술품 등 다양한 기초자산이 등장할 경우 유통시장이 이들 상품의 투자자와 자금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
STO 경쟁, 플랫폼보다 ‘상품 공급력’으로 이동
토큰증권 관련 제도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와 조각투자 사업자들은 발행·유통 인프라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국거래소의 일정 조정은 시장을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거래시스템만큼 지속적인 상품 공급과 충분한 투자자 수요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초기 STO·조각투자 시장의 관건은 거래소를 얼마나 빨리 여느냐보다 투자자가 매력을 느낄 만한 우량 기초자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미술품 중심의 기존 조각투자를 넘어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일정한 발행 규모를 가진 상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지가 신종증권시장의 재개 시점과 초기 유동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