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거래시장, STO·RWA·가상자산 통합론 부상…“단일 거래소 체계 검토해야”
진명구 미래에셋 디지털엑스 본부장, 학술대회서 ‘디지털자산 통합시장거래소’ 신설 제안
분절된 거래 인프라로는 유동성·가격형성 한계…투자자 보호·시장감시 체계 일원화 필요성 제기
토큰증권(STO)과 실물연계자산(RWA), 가상자산, 스테이블코인 등을 각각 다른 시장에서 거래하는 현행 구조를 넘어 하나의 통합 거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지털자산의 성격에 따라 규제는 구분하되, 실제 거래 인프라는 통합해 유동성과 투자자 보호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초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논의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진명구 미래에셋 디지털엑스 대외정책본부장은 10월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디지털자산법학회·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한국지주회사법학회 공동 추계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진 본부장은 현재 디지털자산 시장이 자산 성격에 따라 이원화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성이 있는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규율되고,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KDX와 NXT 같은 장외거래 중개 플랫폼에서, 비상장주식 및 채권은 별도 시장에서 거래된다. 반면 코인 등 비증권형 가상자산은 향후 2단계 입법에 따라 규율되며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구조다.
그는 이 같은 규율 체계 자체는 바람직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거래시장이 지나치게 분절되면 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나뉘면 투자자와 자금이 분산돼 유동성이 낮아지고, 효율적인 가격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진 본부장은 현재 인가를 준비 중인 장외거래 중개업자가 기존 가상자산거래소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시장감시, 이상거래 탐지, 해킹 방지 체계를 갖추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거래소별로 유사한 인프라를 중복 구축하는 과정에서 비효율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그는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과정에서 가칭 ‘디지털자산 통합시장거래업’을 신설하고, STO와 RWA,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을 하나의 라이선스 체계 아래 통합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전통 금융자산을 온체인화한 디지털자산도 기존 가상자산거래소와 유사한 통합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 본부장은 통합 거래소가 구축되면 투자자 편의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하나의 계좌에서 여러 디지털자산 간 이동이 가능해지고, 금 기반 RWA를 담보로 다른 토큰화 자산을 매입하는 등 자산 간 연계 활용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와 다양한 투자자금이 유입되면 초기 STO 시장의 유동성 확보와 거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업 자금조달 측면의 기대효과도 언급했다. 기업이 보유한 다양한 자산을 RWA 형태로 자본시장에 연결하면 기존 기업대출과 회사채 중심의 자금조달 기능을 보완할 수 있고, 거래소별 인프라 중복투자를 줄여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규제 체계에 대해서는 기존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 본부장은 “동일 기능, 동일 위험, 동일 규제” 원칙 아래 증권성이 있는 자산은 자본시장법으로, 증권성이 없는 자산은 가상자산 관련 법률로 규율하는 이원 체계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RWA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 확산될 경우 증권성과 비증권성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제안의 핵심은 규제는 자산 성격별로 유지하되, 거래 인프라는 통합해 유동성과 효율성을 높이자는 데 있다.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에서 통합 거래소 신설 논의가 실제 제도 설계로 이어질지, 그리고 기존 STO 장외시장과 가상자산거래소 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