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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규제 샌드박스 1140건인데…핀테크는 왜 ‘제도권 문턱’서 멈추나
- URL: https://stolink.net/geumyunggyuje-saendeubagseu-1140geoninde-pintekeuneun-wae-jedogweon-munteogseo-meomcuna/
- Published: 2026-10-07T22:07:05.000Z
- Updated: 2026-10-07T22:07:05.000Z
- Author: 리서치팀
- Tags: #금융규제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 #핀테크 #금융위원회 #루센트블록 #조각투자 #금융혁신 #규제샌드박스 #핀테크스타트업 #망분리 #생성형AI #클라우드금융 #금융규제 #디지털금융 #혁신서비스 #금융스타트업 #규제특례 #금융인허가 #FCA #핀테크정책

## 출시까지 이어진 서비스는 510건…1년 내 사업화 비율 33%에 그쳐

## 중소 핀테크 비중 60%→13% 급감…“지정 건수보다 시장 안착률 봐야”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도입 7년 만에 1100건이 넘는 혁신금융서비스를 배출했지만, 실제 사업화와 정식 제도권 진입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병목이 나타나고 있다. 규제 특례를 받는 것과 지속 가능한 금융사업으로 자리 잡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혁신금융서비스 누적 지정 건수는 1140건, 실제 출시된 서비스는 510건이다. 특히 지정 후 1년 안에 서비스를 출시한 비율은 약 33%에 그쳤고, 지정된 지 2년이 지나도록 출시하지 못한 사례도 91건으로 집계됐다. 

### 샌드박스서 성장했지만 정식 시장 진입은 또 다른 문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성장한 대표적인 핀테크 사례다.

2022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 약 4년 동안 이용자 50만명을 확보하고 11개 부동산, 약 300억원 규모 자산을 발행·유통했다. 하지만 올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과정에서는 제도권 시장 진입에 성공하지 못했다. 

샌드박스에서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과 고객 기반을 확보했다고 해서 새로운 인허가 체계에서 자동으로 사업권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사례다.

한국NFC의 ‘페이앱라이트’ 역시 비슷한 문제를 보여준다.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개인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카드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돼 실제 출시까지 이뤄졌지만 결국 운영이 종료됐다. 

### 규제만 풀어준다고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샌드박스 지정 이후 사업화 과정에서는 또 다른 장벽이 등장한다.

금융서비스를 실제 출시하려면 제휴 금융사를 확보하고 전산·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충분한 자본과 이용자 수요, 수익모델도 필요하다. 특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기존 금융회사가 잠재적인 경쟁자인 동시에 사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휴 상대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규제 특례에 붙는 조건이 사업성 검증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매경이코노미 분석에 따르면 2019\~2023년 지정된 279건 가운데 출시 기록이 확인된 서비스는 192건이었다. 공개 데이터 기준으로 보면 10건 중 3건 이상은 실제 출시 기록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결국 샌드박스가 ‘규제를 시험적으로 풀어주는 공간’은 제공하지만 시장 수요와 자본, 제휴, 기술 인프라까지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 1140건의 절반 가까이가 ‘망분리 특례’

최근에는 샌드박스 지정 건수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2023년 말 293건이던 누적 지정 건수는 3년도 되지 않아 1140건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당시 누적 1112건 가운데 560건이 금융사의 망분리 관련 특례였다는 자료도 제시됐다. 

금융회사가 외부 클라우드나 생성형 AI,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각각 규제 특례를 신청하면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유형의 지정이 반복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망분리 완화 역시 금융 디지털전환에 필요한 변화다. 다만 새로운 금융상품이나 비즈니스 모델 한 건과 금융회사 내부 시스템 이용을 위한 특례 한 건을 동일한 ‘혁신금융서비스 1건’으로 평가할 경우 전체 혁신 수준을 정확히 보여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샌드박스 주인공도 스타트업에서 대형 금융사로

참여 사업자의 구성도 크게 변했다.

기사에 따르면 제도 출범 첫해 중소 핀테크가 차지한 비중은 59.7%였고 대형 금융사는 32.5%였다. 2025년에는 중소 핀테크 비중이 13%로 낮아진 반면 대형 금융사는 84%까지 높아졌다. 신청 대비 지정률 역시 대형 금융사 88%, 중소 핀테크 68%로 차이를 보였다. 

다만 이를 곧바로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우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AI·클라우드·망분리 관련 특례 신청이 대형 금융사를 중심으로 급증한 구조적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올해 6월 금융규제 샌드박스 개선방안을 내놨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재무건전성 심사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고, 서비스 상용화 비용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수 사업자가 정식 인허가로 넘어갈 때 가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법령 정비도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몇 건 지정했나’보다 ‘몇 곳이 살아남았나’

향후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성과지표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 지정 건수와 출시 건수를 넘어 실제 서비스를 몇 년간 유지했는지, 이용자를 얼마나 확보했는지, 규제 특례가 정식 법·제도로 연결됐는지, 참여기업이 최종 인허가를 받아 제도권 금융회사로 성장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과 테스트 범위 및 소비자보호 장치를 사전에 협의하고, 필요할 경우 제한적 인가를 부여해 시험을 진행한다.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기업은 제한을 해제해 정식 인가 단계로 전환할 수 있는 절차도 운영한다. 

결국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다음 과제는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혁신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있다. 규제 특례를 받아 시험한 핀테크가 실제 시장에 진입하고 정식 제도 안에서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샌드박스가 단순한 규제 예외 통로를 넘어 새로운 금융산업을 만들어내는 실험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